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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사진작가 3만 시대

by 부 들 2007.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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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작가 뭘 담아야 하나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사진작가가 많다. 
요즘 같은 꽃 피는 봄날, 들로 산으로 나가면 카메라를 든 소위 사진작가를 쉽게 만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각종 공모전에서 입선 이상을 하면 주어지는 점수의 합산으로 한국사진작가협회(사협)에 가입함으로써 작가라는 말을 쓰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고가의 수동 카메라인 데다 카메라 익히기와 암실작업을 병행하는 고난도 기술을 익혀야 작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얼마든지 찍어 그 자리에서 바로 볼 수 있고 인터넷의 발달로 자기가 찍은 사진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금방 받을 수 있어 굳이 작가가 부럽지 않은 데다 때로는 전문작가의 작품과 비교해도 일견 외견상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일전에 아는 분의 일화. 배병우의 소나무사진이 유명세를 탄 이후 나름의 멋진 소나무사진을 가져와 배병우의 소나무사진보다 자기가 찍은 소나무사진이 훨씬 멋있다며 핏대를 세우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사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엘리트 작가군, 일반 사진작가군, 인터넷 동호인그룹, 사진학계로 구별된다. 그들을 대략적으로 집계해 추정하는 수치는 3만 명 정도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대학 이상에서 배출된 사진전공자가 3만 명 정도라는 점과 매년 2000명 가까운 졸업생이 배출된다는 점.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DSLR카메라가 최근 매년 20만 대 정도인데 이 중 1%만 작가의 몫이라 해도 2000명, 거기에 지나온 횟수를 곱해 나간다면 3만 명 내외의 자칭 사진작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진집 발간과 전시회 등을 통해 제대로 작품 활동을 해왔고 그들이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는 데 딴죽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2001년 사진이 경매를 통해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개념은 완전히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진 유명작가나 인기작가가 나타났고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작가가 등장했다. 그들은 현대미술사조에 맞춰 기존과는 다른 독창적 사진, 시각적 충격을 주는 새로운 사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얼마 전 열린 서울 포토 2009에 참가했는데 출품 작가는 350여 명, 거기에 기존의 원로, 중진작가를 많게 150여 명을 잡아도 합계 500명을 넘지 못한다. 이들이 주류가 되면서 나머지 많은 작가는 자연스럽게 미술계의 시선에서 벗어나 버렸다. 풍경이나 자연 소재에서 남과 비슷한 사진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상투적인 카메라 기술 중심의 작가는 아마추어나 세미프로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되면서 졸지에 사진작가로 보기엔 어색한 경계선상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렇게 경계선 작가로 내몰린 사람이 많은 곳은 사협과 인터넷 작가군이 아닌가 싶다. 
한때 사협은 우리나라의 원로 작가 대부분이 가입했던 대표적인 사진단체였다. 거기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만한 작가들이 1950년 6·25 전쟁 이후 순수사진, 다큐멘터리, 광고사진 등에서 당시 유행하던 리얼리즘에 가치를 두고 모더니즘 사진을 실험했다.

디지털카메라 출현 이후 두드러지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군 역시 나름대로 사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잘 찍은 사진이 많다. 주로 카메라 회사별, 기종별, 테마별 활동이 많고 사진 관련 정보는 디시인사이드나 SLR클럽 등 온라인 사진클럽이나 사진 관련 웹진, 블로그, 사진잡지 등을 통해 흡수한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사진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어 굳이 오프라인 사진단체에 가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씩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인다. 사협은 가입자가 6400여 명이나 되지만 연령대를 보면 50대에서 70대가 4600여 명이나 된다. 
연령대별로 구체적 숫자를 밝히지 않더라도 30대가 20여 명, 20대는 10여 명밖에 안 되는 기형적 구조는 조직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게다가 공모전 위주의 활동은 공모전의 특성상 주제가 주어지는 일종의 주문생산방식이거나 자유주제라도 실험적 작품이나 독창적 사진에 대한 이해의 장이 따로 없기에 작품을 하는 사람들의 창의성을 북돋을 수 없는 구조다.

인터넷 쪽도 마찬가지다. 사진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나 인터넷의 특성상 자기가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볼 뿐, 그 이상은 주목하지 않으며 정보의 진위도 확인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많은 곳임에도 어떤 실험적인 작품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시대적 사조나 예술 변화의 흐름에 맞춰 자기의 개성을 추구해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온·오프라인의 조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결국 이 두 집단은 나이로는 정확히 노소로 대별되지만 놀랍게도 사진작품은 여전히 자연이나 풍광 위주이며 종래의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양산하며 집단을 이룬다는 점에서 노소가 다르지 않다. 이들 모두에겐 시대에 맞는 사진, 창의성과 독창성이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월간 사진예술 편집장 윤세영 씨는 “지금은 사진환경이 급변하는 과도기이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진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넓게 보면 이들은 고급 카메라시장의 최대 고객이며 대학 등 사진 재교육시장의 든든한 재정적 버팀목이다. 또한 사진계의 저변이자 새로운 작가 발굴의 장이다. 이들은 스스로 원해서 카메라를 잡은 만큼 소질도 열정도 높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독창성을 개발하고 이를 브랜드화할 제도적 장치가 가동될 수 있다면 이들 집단에서도 좋은 작가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예술에 턱이 있고 경계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일부 사진작가나 화랑 관계자, 카메라 업체, 사진학계 등 우리를 애써 외면하는 곳이 있다면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우리가 없으면 당신도 없다. 우리를 예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인정하고 작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진평론가 최봉림 씨는 “미술시장과 비평계의 주목을 받으려는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개성 있고 독창적인 사진작품을 통해 미술시장이나 평론가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하고 본인의 예술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둘 다 맞는 얘기다. 신록의 봄날, 들뜬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당신에게 한 번쯤 물어보라. “나는 사진작가인가?” 신록이 물에 비치면 강이 되고 강 위에 물결이 치면 푸른 추상화가 된다. 그 위에 햇살이 반사되면 또다시 몽롱한 환영이… 아, 거기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만 고민하자.

애초에 작가라는 용어는 원로사진가 고 임응식 씨가 1960, 70년대 당시 거리의 사진사와 구분하기 위해 작가라는 호칭을 쓸 것을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사진 찍는 사람들은 사진작가보다 사진가라는 말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호칭이 아니지 않은가. 당신이 치열하게 찍은 사진이 세상에 나왔을 때 주위에서 당신을 작가라고 자연스레 부른다면 그걸로 되는 것 아닌가? 
동아일보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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